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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피해상담

1. 성폭력 피해 상담 힘들지 않나요?

저에게 마치 험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대하며 질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상담 현장에 있은지 오래 되었습니다. 성폭력 상담이라고 해서 따로 더 힘든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훈련 받았습니다. 저 또한 상담을 지속해서 받고, 마음 상태를 점검합니다.

 

상담 자체는 힘들지 않습니다.

사건 진행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고통 받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상담이 힘들지 않다고 하여 상담 사례, 사건을 기계적으로 대하지는 않습니다.

 

상담소에 전화할 때, 상담을 받을 때
상담사에게 너무 미안해 하지 마세요.
여러분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상담소나 상담사에 따라서는 저만큼 민형사소송을 진행해본 경험이 없는 상담사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상담사라도 당신을 돕기 위해 정보를 찾고, 함께 할 준비는 되어 있을 것입니다.

꼭 상담소에 전화를 하고, 도움을 요청해주세요.

 

상담소는 상담을 하는 기관입니다.

수사 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꼭 명심해주세요.

법률적인 정보가 없고, 모를 수 있습니다.

염두에 두고 연락주세요.

 

2. 성폭력 피해에 대해 감히 판단하지 않습니다.

저와 상담을 진행하는 내담자들을 대할 때

감히 고통의 정도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경찰에 고소한 후에는 형사소송을 진행하면서 법령으로 피해의 정도를 구분합니다. 어느 것은 더 큰 벌을 주고, 어느 것은 더 적은 벌을 주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것은 경찰과 같은 수사 기관과 재판부가 할 일이지 상담사가 할 일은 아닙니다. 물론 저도 상담 중 성폭력 가해자의 가해가 인정될 경우 어느 정도 처벌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처벌 수위에 대해 저도 생각은 하지만 그것 역시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사건마다 유죄가 무죄가 되고, 무죄가 유죄가 되기도 하니까요.

경찰에 송치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건이 불송치가 되기도 합니다.

재판까지 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건이 가해자와 합의로 종결되기도 합니다.

가해자가 실형까지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건이 징역형이 나오기도 합니다.

1심 유죄 사건이 2심 무죄. 1, 2심 무죄 사건이 3심에서 유죄가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성폭력 피해 대응에 있어서 변수는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와 제 동료들은 사건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합니다.

 

언어, 시각, 청각.
이 3가지로 성적으로 괴롭히는 성적 괴롭힘=성희롱
기존에 성희롱이라고 표현해온 행위가 강간 피해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고, 강제추행 피해가 강간 보다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원치 않는 연락을 반복해서 하거나 주변을 배회하는 스토킹 피해로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와 성폭력 피해자의 관계가 어떠한지. 성폭력 피해자는 어떤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피해 회복, 피해를 대하는 자세, 예후 등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살펴야 할 경우의 수, 환경은 너무도 많습니다.

따라서 성폭력 피해 전문상담사인 저는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을 감히 평가하지 않습니다. 평가 해서는 안 됩니다. 성적 괴롭힘이니 고통이 덜하겠네. 1회성 강제추행이니 피해 정도가 약하네 따위의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생각을 시작하는 순간, 성폭력 피해자들을 기계적으로 대하게 될 테니까요.

저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경계합니다.


성폭력 피해로 인한 고통은 피해를 입은 성폭력 피해자가 제일 정확히 알고 고스란히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여도 피해자와 동일하게 똑같은 강도로 피해로 인한 고통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느낀다는 것은 해리, 분리 상태도 포함합니다.

자신의 피해에 대해 다른 사람이 겪은 듯이 말하듯이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의 피해에 대해 울부짖으며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 다릅니다.

피해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해리가 되는 사람이 있고, 기억에서 지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술할 수 없기도 합니다.

고통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매일 플래시백(피해를 반복해서 재경험 함)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고통은 각자가 가장 잘 느끼고 있습니다.

(느끼지 못하는 상태 또한 그 사람의 현재 상태인 것입니다.)

또는 분노하고 억울함에 잠 못 이루기도 합니다.

계속 화를 내는 피해자들도 있습니다.

 

피해자 프레임에 가두어 놓고, 피해자를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피해자화 하지 말아주세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피해자의 모습과 일치 하지 않는다고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주세요.

100개의 피해가 있다면, 100개의 피해에 대한 반응이 있을 뿐입니다.

각자 다 다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성폭력 피해에 대해 감히 판단하지 마세요.

 

물론 저도 평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어떠한 상담이 필요한지. 다른 기관에 연계를 해야 할지. 의료 서비스는 무엇을 제공해야 할지. 법적 개입이 필요한지. 변호사는 국선 변호사와 함께 준비를 해야 할지. 무료법률구조 변호사를 신청해야 할지와 같은 세부적인 확인을 하는 평가를 진행합니다. 그래야만 가장 적절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어떠한 단계에 있는지. 현재 상태는 어떠한지 면밀히 파악합니다.

 

제가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은

어떻게 하면 성폭력 피해자가
덜 힘들까 입니다.

어떻게 해야 좀 덜
고통 받을 수 있을까 입니다.

어떻게 해야 가장 잘
도울 수 있을까 입니다.

 

현장에서는 성폭력 생존자, 성폭력 피해경험자, 성폭력 피해자 등의 언어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성폭력 피해자라도 더 제 티스토리 글들을 보고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성폭력 피해자라는 용어를 씁니다. 한 사람에게라도 더 노출 되고, 부족한 정보들이지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성폭력 피해자라는 말에 가두어 제 앞에 있는 내담자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겪어야만 했지만, 그 사람의 삶의 일부인 것입니다. 그외에 그 사람이 그동안 불려오고, 살아온 삶은 훨씬 다양합니다. 피해에 가두어두고 싶지 않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와 상담자로 저를 만났지만 당신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사람입니다.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사람입니다.

 

지금 제 앞에 있는 이 사람은 잠시 성폭력 피해로 인해 저와 만난 것 뿐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삶에서 잠시 지나가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라도 성폭력 피해로 인한 기복으로 힘들다면.

또는 다른 피해가 발생하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손을 잡고, 함께 할 저는 대한민국의 성폭력 피해 전문상담사 입니다.

 

* 어떤 폭력이든. 트라우마이든. 회복의 속도와 정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어떠한 사람은 빨리 회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상태가 반복되기도 합니다. 자신을 너무 채근하지 마세요. 주변에서도 피해자를 탓하거나 상처가 될 만한 말들은 하지 마세요. 그저 지금의 상태를 온전하게 바라보고 곁에서 함께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