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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가해자는 반성하지 않는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상담소에 전화를 하고, 신고를 고민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저는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면 충분했어요."

    가해자들은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않는다.

    믿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되고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가해자가 직접 잘못을 인정했으니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과만으로도 끝날 수 있는 사건을 키운다.

    강력하게 부정하고, 인정하지 않았기에.

     

    경찰 고소 후 형사 소송 과정 전에 끝날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도 가해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미안해
    이미지 출처: 언스플래쉬 ⓒUnsplash

     

    성폭력 피해 후 피해자는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 반성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발뺌하기에 급급하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하지 않았다고 하니 더 분노한다.

    피해 자체에 대한 고통도 크지만, 이 과정에서의 스트레스와 고통은 상당하다.

    피해자들은 부인하는 가해자의 행동에 더욱 분노한다.

    사건을 진행하는 피해자들의 상당수가 이때 고소를 결심한다.

    경찰서에 가서 고소장을 쓰기 전까지도 고민한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어야 할까요?

    가해자의 삶을 망칠 수는 없는데라면서.

    자신이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면서 말이다.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나에게 묻는다.

    "가해자는 반성할까요?"

    "저 사과가 진심으로 느껴 지지 않아요."

    피해자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가해자가 처음부터 사과 했다면 이렇게 까지 커지지 않았을 일을.

    처음부터 가해자가 성희롱, 강제추행, 강간 등의 가해를 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가해자들 피해자 탓 좀 제발 그만해라!

     

    피해자가 예민한 거 아니냐? 피해자 너도 좋지 않았냐?

    어이, 가해자!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고.

     

    진심 어린 사과에서 끝났을 사건을 키운 것은 당신이지 피해자가 아니다.

    성폭력 피해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고소를 하고 형사소송 및 민사소송 절차를 밟는 게 아니다.

    실제로 신고율도 매우 낮다.

    무고, 역고소, 명예훼손 운운하지 마라. 그전에 진심어린 사과가 우선이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를 겪은 후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피해자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물론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가해자도 이 세상에 존재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상담을 하고, 가해자들을 대면하고, 사건을 진행하는 그 수많은 케이스들.

    적어도 내가 상담했던 사례들

    그 수많은 가해자들 중에서는 단 한 사람도 진심어린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

    그저 자신이 피해 가기 위해서. 벗어나기 위해서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거나 억울해하거나 피해자 탓을 한다.

    자신이 죽음으로 갚겠다고 해놓고 민사소송으로 피해자의 목을 옥죈다.

    자신이 죄를 지었으면 감옥에 가는 게 당연하다고 해놓고 성폭력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간다.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만큼은 가해자를 처벌하기까지 거쳐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해자는 당신이 고소를 한 순간부터 필사적으로 면피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거짓 사과를 하고, 눈물을 흘리고, 합의하자고 연락을 하거나. 끝까지 무죄를 주장할 것이다.

     

    가해자를 믿지 마라.

    가해자의 조력인들을 믿지 마라.

    가해자의 용서, 사과. 웬만해서는 믿지 마라. 거짓이다.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가해자는 애초에 그러한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

    당신의 고통의 아주 일부분도 공감할 수 없다.

    가해자는 가해자일 뿐이다.

     

    대다수의 가해자들은 생각한다.

    똥 밟았다.

    내가 재수가 없었다.

    피해자가 꽃뱀이다.

    그 정도 가지고 성폭력이면, 나는 아무 행위도 할 수 없다.

    피해자도 동의했다.

    피해자도 좋아했다.

    피해자의 잘못도 크다.

    나는 무결하다.

    그런 소리 다 버려라. 그건 가해자의 말이다. 가해자의 언어다.

     

    당신에게 상처될 말들은 듣지도 말고 마음에 담지도 마라.

    가해자는 가해자일 뿐이다.

    자신이 도대체 당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그 고통, 분노, 무기력감, 우울감 등 온갖 감정에 절대 공감할 수 없는 가해자

     

    가해자의 성장 환경이 어떠했든지 간에. 가해자 역시 피해자였던지 간에.

    다 필요 없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당신은 피해를 입었고,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

    세상의 99.9%의 가해자가 절대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고소하는 순간,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이 진행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당신이 상상하는 그 어떤 것.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

    고소하지 않으면 않는 대로 덮힐 진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