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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성폭력 피해자나 주변인을 돕고 있다면 꼭 점검해야 할 것!

현재 당신이 누군가를 돕고 있다면 꼭 점검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당신과 달리 상담사들은 자신의 신체적 상태, 마음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것이 자신 내면에서 기인한 것인지. 내담자와의 상담에서 기인한 것인지 모르고 넘어가는 상담사들이 있습니다.

10년, 20년씩 상담을 해도 대리외상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상담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폭력피해자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상담사들은 대리외상을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물며 상담사가 아닌 비전공자인 당신이 누군가를 돕고 있다면 더더욱 점검하고 봐야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리외상입니다.

오늘은 상담사의 대리외상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반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대리외상

1. 대리외상이란 무엇인가요?

자신이 경험하는 것이 대리외상이라는 것을 모르고 지나가는 상담사들이 있습니다.

대리외상(Secondary Trauma)은 다른 사람이 겪은 피해를 보고, 상담사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주변인, 피해에 대해 들은 사람들. 외상 경험을 듣고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자신도 외상의 영향을 받는 상태를 뜻합니다.

 

  • 쉽게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면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는 상담사, 정신과 의사, 주변의 조력인, 가족 등 피해에 대해서 듣게 된 사람들이 대리외상을 입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크게는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을 본 후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 사람들이 피해를 경험한 상황을 본 후 영향을 받고, 대리외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때 상담사를 비롯한 대리외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피해자와 밀접하게 사건을 접하고, 조력하는 과정에서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이 곧 자신의 사건으로 느껴지고, 피해자의 고통이 고스란히 자신의 고통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그러합니다.

물론 상담사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점검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담자와 건강한 경계 세우기를 합니다. 최대한 영향을 덜 받도록 하지만, 내담자의 가족이나 내담자를 돕는 사람들은 자신이 곧 내담자처럼 고통을 느끼거나 화를 내거나 피해자가 경험하는 것들을 자신이 겪는 것처럼 경험하게 됩니다.

 

자신이 피해자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과도한 부담 또한 대리외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대리외상은 공감적 과부화(Compassion Fatigue)나 섬광성 외상(Vicarious Trauma)이라고도 합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주로 상담사, 의사, 조력인, 피해자의 가족 등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2. 대리외상의 증상은 무엇인가요?

  • 정서적 변화: 무기력, 우울, 불안, 화를 잘 내거나 감추려고 하는 경향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와 유사한 감정 상태를 보이고, 기복을 보이는 편입니다.
  • 신체적 증상: 불면증, 피로감, 두통, 복통, 섭식장애, 구토, 배변 장애, 소화 불량 등 다양한 신체적인 불편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대인관계 문제: 사회적 고립, 대인관계에서 충돌, 관계에서 소외감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감정 기복이 크거나 무기력 해지거나 더 많이 분노하거나 하는 등의 영향을 대인관계 속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피해자가 아니므로 이에 대한 이해를 주변에 부탁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직업적 문제: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감소하고, 직무 수행능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 공감 불능: 피해자의 외상 경험에 대해 더 이상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대리외상을 경험하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 해야 하나요?

자신이 대리외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전문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폭력상담소, 가정폭력상담소, 디지털성범죄 관련 상담소들에서는 피해자와 그 가족 모두를 상담하고, 돕습니다. 비용은 없습니다. 무료입니다.

 

당장 상담을 받는 것이 힘들다면 자기돌봄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리외상을 경험하는 상담자나 조력인은 반드시 자기돌봄(self-care)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피해자의 사건에서 잠시 벗어나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취미 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운동도 좋습니다.

명상이 맞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에 MBSR(마음챙김명상)을 검색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것부터 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각하고, 방법을 찾아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건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당신이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자신을 지키고, 피해자를 더 잘 돕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사건과 관련 없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등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정서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리외상으로 인해 앞서 본 것과 같이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생활 전반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담사는 번아웃(소진)이 올 수 있으며, 업무에도 지장이 갈 만큼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의 가족이나 조력인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무엇이 피해자를 위한 길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성폭력 피해에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성폭력, 가정폭력,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교제폭력(데이트폭력), 직장 내 성희롱 등 각종 폭력 피해와 살인, 사기와 같이 또다른 다양한 범죄 피해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또는 폭력 피해가 아니라 우울증이나 조울증, 정신과적 질환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때 똑같이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당신이 지금 힘든 누군가를 돕고 있다면, 꼭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도움을 받으세요.

그래야만 피해자 또는 당신이 돕고자 하는 사람을 오랫동안 도울 수 있습니다. 건강한 관계를 구축하고,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당신이 덜 지치고 끝까지 곁에 있을 수 있습니다.

 

대리외상이 있을 때 자신을 돌보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만 상황, 상태, 정도에 따라 그에 대한 대응책은 다르므로 여기서 더 다루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리외상 경험도 원래 겪은 피해 만큼 치료하는데 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조급해 하지 마세요. 당신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한 줄 요약

누군가를 도울 때 당신도 피해를 경험하는 피해자처럼 똑같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상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기를 돌보고 도움을 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