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경험으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장애 이해하기

성폭력 피해 경험으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장애 이해하기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성폭력 피해자 본인이거나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하는 상담사, 주변인 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글은 피해자를 이해하기 잘 상담하거나 돕기 위한 글입니다. 피해자는 스스로를 이해하고 돕는 방법을 상담사나 주변인은 어떻게 피해자를 이해해야 할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성폭력 피해와 마음 건강의 연관성

성폭력 피해는 피해자의 신체뿐 아니라 정신에 깊은 내상을 남깁니다. 이 상처는 단순히 사건이 끝나면서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피해자는 끊임없는 불안과 두려움 속에 남겨질 수 있습니다. 피해의 반응은 피해자마다 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상담사로서 오랜 시간 피해자들과 함께하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성폭력으로 인해 생긴 상처가 피해자의 자존감과 일상적인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이때 불안과 우울감이 영향을 미치는 내담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항상 하는 말이지만 모든 성폭력 피해자가 이렇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성폭력 피해가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유발하는 이유

피해 경험이 개인의 정체성과 안전감을 해치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성폭력은 단순히 물리적 폭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마음 속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작은 소리나 특정한 냄새, 특정 장소, 사람 등 일상적인 자극조차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다시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트라우마 재경험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플래시백도 이와 유사한 증상을 말하는 것인데 플래시백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내담자들의 많은 분들이 사건 초기(사건 직후에서 3년 사이)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경험하고는 합니다.

상담자들은 이러한 불안과 우울감이 단순히 피해자의 성격 문제나 약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며, 사건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점을 항상 강조합니다. 염두에 두고 상담해야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이런 불안과 우울감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으며, 개인에 따라서 기복이 있을 수 있고 그 정도는 각자가 다 다릅니다. 단단한 지지자가 곁에 있어도 기복이 있을 수 있고, 견디기 힘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안전하게 자신을 돌보고 치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성폭력 피해경험자분이 이 글을 보고 있으시다면 이 부분을 꼭 기억하고 자신을 돌볼 수 있도록 애써주세요. 당장은 힘들겠지만 차츰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편안하게 해주었으면 합니다. 주변인이나 성폭력 피해경험자 상담 중인 분들이라면 이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꼭 기억해주세요.

2. 성폭력 피해 경험으로 인한 우울증의 원인

성폭력 피해 후 발생하는 우울증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며, 그 원인은 피해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자기 비하’와 ‘자존감의 상실’입니다. 피해자는 사건 이후 자신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자책하는 즉, 스스로를 탓하는 마음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피해자에게 사건의 책임을 묻는 왜곡된 시선도 여전히 존재하기에 영향을 미칩니다. 2차 피해도 실제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피해자가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구조적인 배경으로 강하게 작용합니다.

피해자가 이런 자기 비하에 빠지게 되면 점차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되고,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사건으로 인해 인간관계에 대한 믿음을 잃고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특히 친밀한 인간관계에서 조차 두려움을 느끼면서 결국은 사람들과 단절되기에 이를 수 있습니다. 자신을 돕는 사람들조차 불신하고,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한 고립과 단절은 피해자가 스스로를 더 깊은 외로움 속으로 몰아가게 만듭니다.

이럴 때 상담은 피해자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되찾고,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상담은 피해자가 자신을 탓하지 않도록 돕고, 자신의 삶에서 중심을 잡고 점차 회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3. 성폭력 피해와 불안장애의 원인

성폭력 피해로 인한 불안장애는 트라우마의 주요 특징 중 하나입니다. 성폭력 사건 이후, 피해자는 스스로를 안전하지 않은 상태로 인식하며, 불안과 공포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하루 중 어떤 작은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게 만들며, 늘 주변을 경계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일상에서 언제든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극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서 일상에서 지칠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찾지 못할 때 더욱 불안해지고, 이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이 더욱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상담은 피해자가 이러한 불안을 안전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자신을 안정시키는 연습을 통해 불안감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불안이 느껴질 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불안장애와 불필요한 경계를 허물며, 점차 자신의 삶에서 더 많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불안장애 및 우울장애 자가 체크리스트_공유.pdf

0.06MB

 

성폭력 피해자의 불안장애 및 우울장애 자가체크리스트 비밀번호는 이 글의 댓글에 남겨두겠습니다.

4. 성폭력 피해자가 경험하는 복합적 증상

성폭력 피해자는 우울증과 불안장애 외에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복합적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PTSD는 특정 상황이나 자극에 의해 과거의 고통과 공포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증상으로, 피해자는 사건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게 됩니다. (플래시백과 연관됩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서로를 강화하는 관계로 작용합니다. 불안감이 커질수록 피해자는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워지고, 이는 우울증을 더 깊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반대로 우울증이 심화될수록 피해자는 불안을 더 강하게 느끼며, 더욱 고립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상담자는 피해자가 자신을 자책하거나 고립되지 않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심리적 지원을 합니다. 특히 PTSD를 경험하는 피해자가 일상에서 자신을 안전하게 돌볼 수 있도록, 피해자가 필요할 때 쉬어갈 수 있는 안전한 장소와 환경을 조성합니다.

(현실에서 내담자들이 안정감을 느끼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저는 적어도 상담 시간 동안만큼이라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5. 성폭력 피해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장애 대응 방법

성폭력 피해자는 전문적인 상담과 심리적 지원을 통해 점차 안전함과 안정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상담자는 피해자가 안전하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맞이합니다.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일을 자책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나아가 힘이 생기고 역량강화 될 경우 사건을 내담자 자신의 시각으로 다시 해석 할 수 있도록까지 하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하면서 회복할 수 있도록, 피해자를 적절하게 심리적으로 돌보는 역할을 합니다.

피해자가 일상에서 자신을 돌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상에서 작은 목표를 이루어 나가며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은 피해자가 스스로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러한 자기 돌봄은 피해자가 자신의 마음 건강을 유지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합니다.

다시 일상을 살아가도록 작은 성공 경험들을 할 수 있도록 과제를 제시해주세요. 무엇보다도 우선 먹고 씻고 자는 일상부터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매 상담마다 체크해주세요.

6.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방법

피해자의 가족과 친구들은 피해자가 안전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함께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피해자는 일상에서 언제든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지지받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성폭력 피해는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복하기 위해서 안전한 사람에게 언제든지 말할 수 있는 것 역시 회복의 한 방법입니다. 이미 수차례 들었더라도 또 들어주세요.

만약 여러분이 하기 힘들다면 피해자가 안전하게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성폭력 피해상담소를 연결해주세요. 전국의 성폭력 상담소, 1366, 해바라기센터, 여성의전화, 통합상담소 등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관이 운영하는 상담소나 큰 상담소가 불편하다면 여성주의상담자를 찾는 것이 2차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여성주의상담자들은 상담에 대한 시각이 내담자 개인에게만 포커싱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담사와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스스로 치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스스로의 감정과 상처를 이해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마련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