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과 답변

성폭력 피해자들과의 대화는 매우 섬세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상담소를 찾았을 때, 상담사와의 대화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상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받는 상처는 상담자의 반응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세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제가 상담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듣고 느낀 바를 바탕으로 상담자와 피해자 간의 대화를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모든 내용은 각색하였으며,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도록 대화를 구성하였습니다.

 

이 글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들과 상담사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성폭력 피해자의 상처를 되살리는 질문들 이해하기

상황1

피해자: "많은 사람들이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냐고 물어봐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책하게 되더라고요."

 

상담자: "그런 질문들은 사실 피해자에게 불합리한 압박을 줍니다. 내가 잘못했나라는 생각도 들게 해요. 피해 후에 겪는 충격과 두려움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선생님이 잘못한 것이 아니에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선생님이 비난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선생님의 감정과 경험은 모두 소중해요."

 

상황2

피해자: "저는 정말 잘못한 것 없나요?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는 것처럼요. 자꾸 그 생각을 하게 돼요."

 

상담자: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선생님은 절대 잘못하지 않았어요. 성폭력은 오직 가해자의 잘못입니다. 사회적인 이해 부족, 편견, 선입견 등 때문에 피해자가 자신을 비난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해요. 하지만 그것은 부당한 일이에요. 선생님의 감정과 경험은 온전히 존중 받아야 해요. 선생님은 결코 혼자가 아니에요."

2. 따뜻한 말 한마디: 피해자를 지지하는 대화법

상황1

피해자: "사실 저의 피해에 대해서 말하기가 두려워요. (사람들이) 저를 비난하지 않을까요?"

 

상담자: "말씀하기 힘드셨을 텐데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절대로 비난하지 않을 겁니다. 선생님이 겪은 일, 그 이야기를 하는 것, 피해와 맞닥뜨리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에요. 피해를 직면하고 다시 마주보고 이야기 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저는 선생님의 힘과 용기를 느낍니다. 선생님의 감정과 경험을 존중해요. 선생님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제가 할 수 있는 상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최선을 다해 찾아보겠습니다."

 

상황2

피해자: "다른 사람들은 제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요."
상담자: "저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믿어요. 선생님이 지금 이야기 하는 사건, 말, 감정은 모두 중요해요. 오직 가해자와 선생님만이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이죠. 스스로도 흔들리고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온전히 선생님을 믿고 집중하고 있는 제가 곁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선생님은 경험했어요. 선생님의 경험은 그 자체로 진실입니다. 사회적으로 피해자의 이야기가 의심받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선생님이 겪은 피해를 진심으로 이해하려 노력할게요."

 

3. 신뢰를 주는 상담자의 역할

상황1

피해자 : "제 이야기가 밖으로 알려지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상담자: "선생님과 제가 상담한 이야기는 안전하게 보호될 거예요. 저는 상담자의 윤리, 특히 비밀 보장의 원칙을 엄격히 지키고 있어요. 비밀은 유지될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이 겪은 일을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않을 겁니다. 선생님이 믿을 수 있도록 최대한 신뢰를 지키고, 선생님이 안정감을 느끼고 안전할 수 있도록 그 부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상담을 진행할 것입니다. 선생님이 여기에서 안전하고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게요."

(단, 기관별로 상담자의 윤리 중 비밀보장 원칙을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사전에 내담자에게 알리고 이에 대한 동의서를 받습니다. 예를 들면 자살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상황2

피해자: "저 혼자만의 문제인 것 같아서 말하기가 힘들어요."

 

상담자: "선생님이 겪은 일은 결코 선생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성폭력은 사회적 문제입니다. 구조 속에서 이해해야 해요. 그것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상담을 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가해자가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행하는 폭력 행위입니다. 절대 선생님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가해자가 그렇게 해도 되기 때문에 선생님께 성폭력을 한 것이라는 것,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가해자는 가해 행위를 한다는 것 그 구조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선생님이 이렇게 이야기 하고 대응하는 것은 큰 용기가 있는 일입니다. 선생님의 용기는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힘이 됩니다. 선생님이 지금 느끼는 것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선생님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다소 문장들이 딱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부드럽게 대화를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성폭력 피해의 구조를 보여주고 설명야 할 때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상담할 때 자책을 하거나 끊임 없이 그때 '~했어야만 했어요.'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해자의 잘못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해주세요.

지금 제 글을 읽게 될 성폭력 피해자, 피해자를 상담하는 성폭력 피해 상담사, 그리고 주변인.

여러분들 꼭 기억해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애초에 가해자가 가해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성폭력 피해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겪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 저는 마음을 다해 당신 곁에 있을 것입니다. 기억해주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사회 구조적으로 해결하고, 대응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절대 혼자서만 끙끙 앓지 마세요.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아나가도록 합시다. - 상담사M -